![]() 한때 나를 사로잡았던 것들과 맞딱드리게 되는 순간, 먼 시간 건너의 나와 지금의 나는 손을 붙잡고 넓고 넓은 시간을 건너 해후한다. 이미 수업 하나는 들어가기 늦어버렸고, 책을 챙겨서 수업이 20분 정도 남았음에도 실험실을 나선다. 짧은 시간, 우체국에서 볼일을 보기엔 대기자가 30명이 넘고, 그래서 언제나 그랬듯 서점으로 향한다.
친한 형이 책을 보고 있었다. 졸업을 하고 이것저것 준비한다는 형은 나에게 실험실 생활을 물었다. 공부는 못하고 잔뜩 실험만 한다고 했더니 실험은 공부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요즘 볼만한 책이 있느냐고 그 형에게 물었는데 바로 이 책을 집어주었다.
장회익. 내가 이 교수님의 이름을 알게된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삶과 온생명'이란 책을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제대로 이해를 한건지 모르겠지만 나름 생명이라는 것이 우주에서 어떤 위치, 가지를 가지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더구나 대학에서 물리를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던 때였기 때문에 더욱 그런 '믿음'이 절실했다. 물리학자가 생명에 대해 쓴 책은 아직도 나의 사고방식속에 흔적이 남아있는듯 하다.
그 낯익은 이름을 보고 바로 책을 집어들었다. 실험은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던 내게 절실하게 다가왔다. '앎의 즐거움'. 왜 나는 수업공부가 아닌 이외의 것들을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을까. 눈앞에 놓인 답이 없는 문제를 보면 당황하고, 누가 만들어놓은 해답부터 찾으려고 성급하게 생각을 그만두어버린다. 세상에 답이 없는 일이 더 많을텐데, 스스로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장회익, 공부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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